
올해 상반기 글로벌 증시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월가 투자은행(IB)들이 잇따라 미국 S&P 500 지수의 연말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며 하반기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거시경제적 불안 요인과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이끄는 기업들의 폭발적인 실적 성장세가 증시를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월가의 연말 S&P 500 목표가는 시티은행이 제시한 8,100포인트가 가장 낙관적이며, 로이터가 시장 전략가 4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인 7,620포인트가 가장 보수적인 수준이다.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 평균은 약 7,964포인트로 집계됐다.
골드만삭스, 연말 목표가 8,000 상향… "비AI 기업과의 실적 양극화 심화"
골드만삭스는 S&P 500의 연말 목표가를 8,000으로 올렸다. 이러한 낙관론의 배경에는 이례적으로 높은 기업 이익 성장률이 자리 잡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올해 S&P 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전년 대비 24% 증가한 340달러다. 통상 미국 대기업들의 연간 이익 성장률이 8~1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나아가 골드만삭스는 내년에도 기업 실적이 13% 추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성장의 핵심 동력은 빅테크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인프라 투자다. 골드만삭스는 AI 지출의 수혜를 입는 기업들이 올해와 내년 S&P 500 성장세의 절반을 책임질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AI 수혜를 받지 못하는 비(Non) AI 기업들은 연초 대비 실적과 주가가 5~10% 상승하는 데 그치며 팍팍한 환경에 직면해 있다. AI 관련 기업들의 실적 선이 연초 대비 45% 가까이 수직 상승하며 지수를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이 장세의 지속 여부가 ‘AI 투자가 지속적인 이익으로 전환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에버코어ISI, '최대 9,000' 제시… 스페이스X 등 대형 IPO가 FOMO 자극할 것
에버코어ISI는 S&P 500이 최대 9,000선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에버코어는 투자자들이 장세에서 소외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른바 '포모(FOMO)' 심리가 하반기 증시의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았다. 특히 향후 예정된 스페이스X의 상장이 관망세를 유지하던 투자 심리를 본격적으로 자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번 흐름을 1995년 인터넷 혁명의 심리적 방아쇠가 되었던 넷스케이프 IPO에 비유했다. 스페이스X를 필두로 앤트로픽, 오픈AI 등 대형 유니콘 기업들의 상장이 이어지면 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형 IPO에 따른 고점 경계론에 대해서는 현재 경기 침체 신호가 뚜렷하지 않고 금리가 안정적인 만큼 버블 붕괴 확률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현재 머니마켓펀드(MMF)에 쌓인 대기 자금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어, 이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될 경우 예상을 뛰어넘는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BMO 캐피탈, 목표가 7,850 상향… "전례 없는 실적 장세, 가을 인플레는 변수"
BMO 캐피탈은 고물가로 인한 소비자들의 부담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압도하는 기업들의 이익 체력에 주목하며 목표가를 7,850으로 상향했다. 현재 S&P 500 대형주뿐만 아니라 중형주(18%), 소형주(24%) 등 시장 전반의 이익 성장률 예측치가 29%에 달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BMO 캐피탈은 금융위기나 팬데믹 직후의 기저효과를 제외하고는 이 정도의 실적 성장률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BMO 캐피탈은 목표가를 8,000선 아래로 제한한 이유로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를 꼽았다. 기업들의 실적 호조와 경기 강세는 필연적으로 물가 상승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여름까지는 7,850선을 조기에 돌파할 수 있으나, 인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 수 있는 올가을쯤에는 증시가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으므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과적으로 하반기 월가의 시선은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의 잔파도 속에서도 'AI 혁명'이 다져놓은 기업들의 강력한 펀더멘털과 생산성 향상으로 모이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실적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박지원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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