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을 움직인 핵심 이슈와 종목들을 집중 분석하는 시간, 마켓 무버입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관심을 통째로 집어삼킨 초대형 대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현지 시간으로 지난 12일 나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입성했습니다.
당초 정해진 공모가는 주당 135달러였습니다. 그런데 거래를 시작하자마자 주가가 150달러로 껑충 뛰어오르더니, 결국 공모가보다 19%나 상승한 160달러로 첫날 거래를 마쳤습니다. 하루 거래대금만 84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시장의 관심도 폭발적이었습니다.
이 종가를 기준으로 스페이스X의 시가총액을 계산해 보면, 2조 1,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상장하자마자 아마존의 뒤를 이어서 시가총액 6위 자리에 단숨에 올라선 겁니다. 게다가 이번 상장으로 일론 머스크는 개인 자산이 1조 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595조 원을 돌파하면서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 타이틀까지 거머쥐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머스크 한 사람의 재산이 유럽의 경제 강국인 스위스의 한 해 GDP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자, 이렇게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지만, 이제 시장의 관심은 ‘과연 스페이스X가 앞으로도 이 엄청난 흐름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IPO를 막 마친 주식들은 초반 변동성이 워낙 크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과거 사례를 보면, 메타도 처음 상장했을 때는 시장의 혹평을 받으면서 공모가를 회복하는 데에만 1년 넘게 걸렸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지난달에 나스닥에 데뷔했던 세레브라스도 상장 당일에는 주가가 68%나 폭등하면서 올해 최대 IPO라고 관심을 모았었지만, 그 이후에는 주가가 크게 밀렸었죠. 하지만 스페이스X의 경우에는 이번 공모 직전에 주식을 사겠다는 수요가 실제 물량의 4배나 몰렸던 만큼, 앞으로도 주식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줄을 서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월가의 큰손도 움직였습니다.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의 아크 인베스트가 상장 첫날부터 4개의 ETF를 통해 스페이스X를 대거 쓸어 담았는데요, 동시에 경쟁사 ‘로켓랩’의 지분은 과감히 줄이며 스페이스X의 독주에 베팅했습니다.
그렇다면 투자 기관들의 향후 전망은 어떨까요? 월가의 시선은 아주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먼저 낙관론을 펼치는 ‘오펜하이머’는 스페이스X의 목표주가를 190달러로 높게 잡았습니다. 앞으로 1년에서 1년 반 사이에 시가총액이 2조 5,000억 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계산인데요. 애널리스트는 “스페이스X는 단순한 우주 기업이 아니라 막대한 자본과 데이터, 거대언어모델, 그리고 자체 제조 역량까지 완벽하게 갖춘 ‘유일무이한 수직 통합형 AI 기업’”이라고 극찬했습니다.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가 든든한 현금 창출원 역할을 해주는 상태에서, 앞으로 인공지능 xAI와 연계된 AI 사업이 커질수록 스페이스X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뉴 스트리트 리서치’ 역시 목표주가를 165달러로 제시하며 힘을 보탰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상장하자마자 찬물을 끼얹으며 아주 냉정한 평가를 내린 곳도 있습니다. 리서치업체 ‘CFRA’는 상장 후 불과 몇 분 만에 ‘매도’ 의견을 내며 목표주가를 공모가보다도 낮은 115달러로 던졌습니다. 현재 시장의 기대치가 너무 부풀려져 있다는 건데요. 애널리스트는 스페이스X가 지금의 비싼 몸값을 증명하려면 몇 가지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대형 로켓인 ‘스타십’의 상업적 성공 여부가 가장 큰 병목지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스타십 로켓이 완벽하게 재사용되어야만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만들 수 있는데, 만약 이 스타십 프로젝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스페이스X의 다른 핵심 사업들까지 줄줄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리고 이달 초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들 역시 일론 머스크의 xAI나 소셜미디어 X를 연계한 AI 사업 전망이 아직은 불확실하다면서, 스페이스X의 적정 가치를 현재 시총의 절반도 안 되는 7,800억 달러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자,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요즘 월가에서는 스페이스X의 상장 자체만큼이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하나 나오고 있는데요. 바로 언젠가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하나로 묶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예전 같으면 터무니없는 상상으로 치부됐겠지만, 최근에는 두 회사의 사업 영역이 겹치면서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IPO 서류를 보면 스페이스X는 xAI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테슬라의 메가팩을 대거 구매했고, 지난해에는 사이버트럭 구매에만 1억 3,100만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테슬라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옵티머스 로봇은 전부 AI가 핵심인데, 스페이스X 역시 우주 데이터센터 같은 초대형 AI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죠.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는 바로 이 점을 짚었습니다. 머스크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AI 혁명을 완성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두 회사를 어떤 방식으로든 하나로 결합해 거대한 시너지를 내는 ‘연결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물론 반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펜하이머는 장기적인 합병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는데요. 현재로서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각각 별도의 회사로 유지하는 편이 자금 조달이나 사업 확장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테슬라와의 합병 가능성이든, 우주와 AI를 아우르는 거대한 성장 스토리든 출발점은 하나입니다. 바로 이번 상장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건데요. 상장 첫날은 기대 이상이었지만, 이제부터는 그 기대를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스페이스X가 IPO 열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주가 흐름도 계속 지켜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마켓 무버였습니다.
오은비 외신캐스터